
내가 어렸을 때 시골집에서 길렀던 누렁이(;;), 그리고 누렁이가 낳았던 네 마리의 강아지들과 지푸라기 집.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서 나와 주말에 집으로 갈 때마다 나를 반겨준 치토스(치와와), 얼마 전까지 남동생이 기르던 백곰이(푸들). 그리고 유기견 센터에서 데리고 온 달식이. 나와 함께 했던 개들이 아직도 생각난다.
물론 지금도 강아지를 기르고 싶지만 혼자 사는 관계로 기르지 못해 아쉬움으로 이렇게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약 17년 동안 함께 지낸 펌프라는 개에 대한 기억과 과학적 실험에 기초한 개에 대한 사실들을 잘 혼합시켜 개와 인간의 관계를 잘 설명해 놓았다.
책의 앞 표지 뒷면에 오른쪽 사진과 같이 애견과 자신의 사진을 올려둔 저자가 한없이 부럽다. 풍경과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아침에 냄새 산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개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통해 개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개들이 갯과 동물들의 조상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떻게 인간에게 길들여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런 예민한 감각을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우리 인간과 그토록 친밀한 교감을 나누게 되었는지 등을 말이다. 이런 의문으로 밤잠을 설치다 보면 어느 샌가 당신은 개의 관점에서 개를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의 개, 그들이 하는 행동에 대한 이러저러한 해석, 그들과 우리 삶의 연관성 등 사소한 생각들을 펼쳐보려고 한다.
저자는 개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기 위해 개의 환경, 개의 주관적인 세상을 가리키는 “움벨트 (Umwelt)”를 느끼라고 말한다. 과연 개가 옷 입히는 것을 좋아하고 샤워시키는 것을 좋아할까?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도 인간의 관점에서가 아닌 개의 관점에서 잘 풀어낸다.
엉덩이로 하는 개의 의사소통 파트에서 알게 된 사실! 개는 비대칭적으로 꼬리를 흔든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반길 때나 흥미 있는 대상을 발견하면 오른쪽으로 강하게 흔들고, 처음 보는 개를 만나면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며 왼쪽으로 강하게 흔든다. 혹시나 해서 백곰이 사진을 보니 역시 나를 반긴다. 꼬리를 오른쪽으로 막 흔든다 :)
개가 주인의 얼굴을 핥는 이유는 강아지가 어미의 구토를 유발해 아직 소화되지 않은 고기를 얻기 위함에 있다는 말을 하면서도, 이러한 해석이 너무나도 아쉬운지 저자는 어미와 강아지들간의 인사로서의 핥기도 있다고 말한다. 즉 집에 왔을 때 개가 행복감을 표현하기 위해 핥는다는 해석이 틀린다고 할 수 없다는 뜻. 저자의 해석이 마음에 든다.
개의 가축화에 대한 파트에서는 의외로 짧은 40년 정도면 야생에서 특정 형질을 갖는 가축화된 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거부감을 덜 느끼는 늑대들을 선별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형질을 갖는 늑대들이 가축화가 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견종을 알면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데, 쎄퍼드는 양을 친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견종 이고, 리트리버는 사냥감을 찾아서 물어온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견종이란다. 주둥이가 긴 리트리버는 양 쪽 눈이 옆쪽에 달려 시야가 넓어 사냥감을 잘 물어오는 반면 바로 앞에 있는 물체는 상대적으로 잘 못 본다고 하며, 이와 반대로 주둥이가 짧은 퍼그는 눈이 인간처럼 앞에 달려 있어 시야에서 공을 놓치기는 쉽지만 비교적 시야가 좁아 인간의 감정 표현에 더 민감하게 반응 할 수 있다고 한다. 종에 따라 이런 차이가 존재했다니..
단순히 늑대의 후손으로서의 개가 아니라 개의 관계 맺기 능력에 대한 소개도 있다. 개는 주 양육자에게 애착반응을 보이고 늑대보다 신체적 능력을 떨어질 지 몰라도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관계 맺기 능력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 강아지가 방 안에서 문을 못 열면 낑낑대는 소리를 질러 나를 부르는 그런 기억들이 난다 ㅎㅎ
개의 감각 중 후각의 비중과 역할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초조한 상태에서 나오는 체취와 페로몬을 감지해 주인의 감정을 읽고, 간질 발작 예측이나 암환자 감지가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세제 향기 조차도 개에게는 후각적 공격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개는 냄새를 통해 본다고 할 정도라고.
또한, 개는 색맹이 아니란다. 다만 인간보다 색을 수용하는 신경이 적으며, 명도 변화는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템플 그랜딘을 보면 소가 깊은 물을 싫어해 도살장으로 가는 경로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개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명도 변화에 민감해 깊은 물과 어두운 방을 싫어한다고 하니 그런 곳 근처에는 가급적 두면 안되겠다.
개의 놀이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강아지들 뿐만 아니라 개들도 놀이를 하는데 놀이 시작 전에 놀이 신호를 보내 상대방의 관심을 끈다고 한다. 인간과 비슷한가? ㅎㅎ. 자주 노는 개들의 경우 간단한 인사법을 사용하고. 다만 너무 빨라 인간이 못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도 강아지를 기를 때 집에 오면 강아지가 마구 뛰어오다가 두 앞발로 바닥을 탕 치는데 별 뜻이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부터 장난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란다. :) 오른쪽 포즈처럼 명확하진 않고 순식간이긴 하지만. 또한 개가 혀로 허공을 핥으면서 쳐다보는 것은 아주 좋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인간과 개의 유대관계에 대해서도 아마도 본성이 그렇다는 말을 한다.
“개가 다가와 코로 가볍게 톡톡 건드리는 경험을 어떤 기쁨에 비하겠는가” 라며.
개의 움벨트, 진화, 냄새로 보는 개, 엉덩이로 하는 의사소통, 개가 느끼는 색, 개의 관심, 인간을 관찰하는 인류학자로서의 개, 개의 마음과 행동, 개와 인간, 개와 함께 하는 삶을 주제로 이 책은 상당히 많은 분량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보다도 더 이 책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자신의 개 ‘펌프’에게 느끼는 애정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딱딱하지 않고 강아지를 기를 때 주인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과 소소한 재미들을 공감할 수 있다.
에필로그인 ‘너무도 특별한 오직 ‘나만의 개’’에서는 자신의 개인 펌프를 만났을 때의 첫 느낌,
처음 만난 내가 그 가느다란 목에 커다란 목줄을 씌우는데도 얌전히 있던, 유기견 보호소에서부터 쭐레쭐레 나를 따라 서른 블록을 걸어 집으로 온 그 이름없는 강아지의 모습을. 그리고 그 이후로도 나와 함께 수천 킬로미터를 함께 걸어온 다정한 그 애 모습을.
그리고 17년 후 떠나 보내는 장면을 회상하고 있다.
다시 한 번 펌프를 떠올려본다.
펌프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숨 쉴 때마다 머리가 가볍게 들썩인다. 그 애의 어두운 색 코는 축축하게 젖어 있고 눈은 평화롭다. 펌프가 핥기 시작한다. 먼저 앞다리를 길게 핥더니 다음은 마루 차례다. 목에 메달린 이름표가 나무 바닥에 부딪혀 쩔컹쩔컹 소리를 낸다. 그 애 귀가 마루 위에 힘없이 펼쳐져 있다. 앞발은 금방이라도 풀쩍 뛰어오를 것처럼 발톱이 솟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애는 뛰어오르지 않는다. 대신 길게 하품을 한다. 그렇게 길고 느릿느릿한 오후의 하품으로 그 애 혀가 나른하게 공기를 핥는다. 그 애가 다리 사이에 머리를 묻는다. 그리고 그르렁 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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